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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 - 스즈키 유이

 

친구들과 분기별로 책을 읽기로 했다. 만나서 술만 먹는 친구들인데, 26 연간 계획을 세우다가 떠오른 아이디어다. 

 

첫 분기에 읽을 책의 이름은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 

 

친구가 골랐는데, 이유는 베스트셀러 1등이니 그냥 갑시다. 였다. 괴테라는 이름이 주는 무게감이 상당하기 때문에 경건한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 의외로 잘 읽혀서 놀라웠고 내용도 좋았다. 책 자체가 가벼운 문체였던 것 같다, 그럼에도 중간 중간 철학적인 이야기가 밀도 있게 담겨있었다. 

 

책이 읽히는 데서 오는 즐거움이 있다. 근래에 읽은 책들은 딱딱했다. 무거운 문장들을 한 글자씩 씹어 읽어내서 소화시킨듯 느낌도 좋지만, 리듬감 있게 읽히며, 중간 중간에 생각할 거리들이 마치 별사탕처럼 들어가 있는 책의 즐거움도 좋다. 너무 재미 위주여도 읽고 나면 남는 게 없는 느낌인데, 이 책은 재미와 의미, 그 밸런스가 기가 막힌 베스트셀러라 만한 책이었다. 

 

 

 

글을 이끌고 나가는 핵심이 되는 문장이 있다. 사랑은 모든 것은 혼란스럽게 만들지 않고, 한데 섞는다.’ 우연히 발견한 문장을, 괴테 연구가인 주인공 도이치는 진짜 괴테가 말이 맞을지, 어떤 의미를 가진 말일지 찾아가며 이야기가 진행된다. 

 

난 그 문장을 접했을 때, 우선 말이 되는지 안 되는지에 대해 생각 했다. 문장에 사랑이 섞여 있다 보니 자연스레 그녀가 떠올랐고, 이내 납득이 된다고 결론을 내렸다. 분명 그녀와 나는 사랑으로 인해 혼란스럽지 않게 한데 섞여 있기 때문이다.

 

 

1. 어떻게 섞인다는 걸까?

 

책은 깊게 문장을 파고든다. 한데 섞는다 라는 것의 개념을 생각하게 한다.  너무도 적절한 잼과 샐러드 대한 비유가 나온다.

 

- 세계는 죽이나 잼으로 이루어져 있지 않다. 딱딱한 음식을 씹어야 한다.
- 세계는 말하자면 인초비 샐러드다. 모든 것을 하나로 뒤섞어 먹어야 한다.

 

 

괴테가 말이다. 잼도 한데 섞여 있고, 샐러드도 한데 섞여 있으나 둘은 분명 다른 방식으로 섞여 있다. 

잼의 경우, 서로 다른 딱딱한 것들이 녹아 각각의 형태가 남아있지 않은 새로운 하나의 어떤 것이 된다. 즉 통일성을 가진다. 

반면, 샐러드는 서로 다른 것들의 형태가 그대로 살아 조화롭게 섞여 있다. 다양성을 가진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인간들이 사랑을 가지고 섞이는 것에 대해 이야기 , 주인공은 다양성을 존중하는 샐러드로의 방향성을 지향한다고 생각했다. 책에서 죽처럼 되는 것은 신만이 있는 일이기에, 라는 말도 언급되었듯이.

 

그렇다 보니 사랑은 모든 것은 혼란스럽게 만들지 않고 한데 섞는다. 라는 문장의 섞는다는 다양성을 존중하며 한데 섞이는 걸로 생각하게끔 한다. 대갈등의 시대에 세계의 사람들이 사랑을 가지고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며 마치 샐러드처럼 하나로 아름답게 섞이는 모습이 연상되었다. 

 

 

 

그리고 다시 시야를 좁혀 나의 사랑을 살펴보았다. 맞는 부분도 있지만 아닌 부분도 있는 것 같다. 그녀와 나의 삶 속엔, 그녀의 , 나의 삶도 있지만 새로운 우리의 삶이 있다. 서로의 색을 존중하고, 다름을 받아들여  자체로 공존하고 있는 부분도 있는 반면, 너의 삶과 나의 삶이 뒤엉켜 만들어진 새로운 또한 속에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너의 것도 아니고 나의 것도 아닌우리의 이라고 표현할 있을 만큼 새로운 삶이다. 죽처럼 섞인 부분도 있었고, 샐러드처럼 섞인 부분도 있었다는 것. (역시 답은 또 중간인가!) 

 

 

지피티에 죽과 샐러드 사이의 어떤 것에 관해 물어봤는데처트니’ 라는 알려줬다. 과일/채소를 졸여 한데 섞은 음식인데, 잼보단 덩어리 이지만, 샐러드보단 부드러운 느낌의 음식이다. 사랑이 모든 것을 혼란스럽게 만들지 않고 섞을 , 처트니 처럼 섞인 형태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사랑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다양성을 존중한 채로 다 같이 섞여 살 수 있는 것도 맞지만, 

사랑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서로 다른 각자의 부분들을 녹여낸 새로운 ‘우리’의 모습으로 섞이기도 한다. 

 

 

 

2. 반대도 되나?

 

사랑은 모든 것을 혼란스럽게 만들지 않고 한데 섞는다. 라는 문장은 대강 납득이 되었는데, 

반대로 우리가 혼란스럽지 않게 한데 섞이려면, 사랑이 필요한가? 라는 질문에는 No 라고 생각했다. 

 

사랑하지 않아도, 서로의 다름을 존중하는 마음만으로도 한데 섞일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내가 누군가의 다름을 인정하는 것, 누군가들과 같이 어우러져 살아가고 있는 것은 사랑에서 비롯된 건 아니다. 

다만 사랑이 동반된 존중과 이해라면, 우리가 보다 혼란스럽지 않게 뒤섞여 있을 거라는 것은 맞겠지. 

 

 

 

 

3. 사랑은 역시..

 

다시 다양성과 통일성의 관점에서, 

사랑해서 그 사람의 다름을 인정하고, 이해할 수 있는 것도 맞지만, (다양성)

사랑해서 사람이 나와 같기를 바라는 또한 매우 맞는 말이다. (통일성)

 

사랑으로 모든 것이 혼란없이 뒤섞이기도 하겠지만,

사랑으로 인해 혼란이 생길 있다.

 

 

4. 명언의 의미

 

책을 읽으며 가장 좋았던 문장이 있다. 

 

도이치는 자신의 말을 결코 끝까지 믿지 못하는 남자가 하는 말을 들으며, 그 말을 믿어줄 수 있었다. 
그 말은 ‘진짜’였기 때문이다. 설령 좋은 말은 모두 연기라 해도 그 안에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여러 차례 연습하며 입에 붙이는 과정에서 자연스러움을 획득하면
마침내 그 의미가 드러날 것이다. 
그렇게 믿는다면, 말은 전부 미래로 던져진 기도다.

 

 

문장을 가슴안에 품고 산다는 것은, 꽤나 멋지고 의미 있는 일이다.

결국엔 생각하는대로 살게 된다는 생각을 자주 했는데, 내가 품고 있던 단순한 문장을 멋지게 표현했다고 생각했다.

 

 

 

6. 위인들에 대한 존경

 

괴테 또한 이름을 남긴 유명한 인물들 처럼, 인류의 행복과 안녕에 대해 고민한 사람이라는 것을 느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내 눈에 직접 닿지도 않는 사람들에게 관심, 마음을 줄 여력은 어디서 나올까.

그런 것은 내게 앞으로도 없을 것 처럼 느껴진다.

 

그들이 존경스럽지만 서도, 그렇게 되고 싶은지는 모르겠다.

머나먼 곳의 그들을 위해 에너지를 쏟을 바에 가까운 사람들에게 더 주고 싶다.

좁고 깊은 나의 사랑이 나는 좋다.

 

 

 

끝. 

 

 

무거운 것을, 일상적인 가벼운 스토리 사이에 잘 스며들게 해서 접근성을 낮추었다고 생각했다.  

 

생각할 공간을 주는 것이 좋았다. 

중도 포기했던 파우스트를 다시 읽어보기로 결심했다.